얼마 전 TV 시청 중에 3․1운동관련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한 방청객의 말이 지금도 귓전을 맴돈다.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섰던 강사는 일제의 압제 하에서도 분연히 일어나 3․1운동에 참여한 선열의 뜻을 잊지 말자라는 취지로 강연을 했었는데, 그 방청객은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많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가 존재하지만 그 후손들의 삶은 참으로 비참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누구 국가를 위해, 민족을 위해 선뜻 나서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주장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나라 중에서 70여년이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유일한 나라이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세계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100년 전의 대한민국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민족의 독립을 위해 우당 이회영 일가는 가문의 전 재산(현재 100조 추산)을 털어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했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었다.
윤봉길의사가 마지막으로 두 아들에게 남긴 편지에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마라’라는 대목에선 숨이 멈춰진다. 한참 ‘아버지를 고파할 때’ 어린 두 아들을 두고 떠나는 아비의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해보는 내 자신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민족의 독립을 위한 목숨을 건 투쟁은 우리 땅 한반도를 넘어 만주, 연해주, 카자흐스탄 등 해외에서도 왕성하게 전개되었다.
얼마 전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문재인대통령이 그곳에 묻혀있던 독립유공자 유해봉환식을 거행하면서 ‘계봉우 지사님과 배우자 김야간 님, 황운정 지사님과 배우자 장해금 님. 이제야 모시러 왔습니다. 네 분을 모시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부가 당연히 할 임무이며 독립운동을 완성하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하신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뜻을 기리고, 최고의 예우로 보답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많이 늦어서 참으로 죄송스러운 마음이지만 이제라도 모시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고 당연히 최고의 예우를 갖춰 모셔야 되고 그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목포는 어떠했을까?
1919년 우리가 살고 있고 있는 이곳 목포에서도 ‘민족의 독립! 조선독립!’을 열망하는 수많은 외침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1898년 2월 부두노동자파업을 시작으로 1919년 3․1운동(4․8독립만세운동), 1920~30년대 청년 운동, 신간회 결성, 반일노동파업 등 수 많은 항일운동이 있었다.
특히, 1919년 4월 8일 오전 10시 영흥학교와 정명여학교 전교생을 비롯한 상업학교 양동교회를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학생 및 청년단체, 서상봉 장로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계의 만세운동이 대표적인 항일운동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당시 목포에서의 시위로 서화일, 곽우영, 배치문, 박상열, 차남석 등 80여 명이 구속되었다. 체포된 사람들은 말할 수 없는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박상열은 손발이 묶인 채 거꾸로 매달려 구타당했으며 모진 고문으로 정신이상이 생겨 출감 후 자살하고 말았다.(목포시사 2017)’라고 밝히고 있다.
그때로부터 100년 후인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역사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면 말하고 싶다.
‘고맙다고, 고생하셨다고, 당신이나 나 자신이나 똑 같은 인간인데…’
그분들의 희생 앞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위로의 마음과 역사 앞에 빚진 자의 심정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에 정부와 지방단체 등을 포함한 각계각층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갖고, 영화,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는 일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는 없다’라고 했던가? 현재의 평화는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요, 100년 전 자신의 목숨과 가족의 희생과 모든 것을 바치고 얻어낸 값비싼 대가의 결과물이기에 한분 한분께 감사하고, 추모하고, 기억해야 한다.
또한 과거의 아픈 역사가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100년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고 그 교훈을 통해 준비하지 않는다면 아픈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독립운동가들의 활동과 이름 없이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분들의 활동사항에 대한 발굴과 조사 등이 국가적으로도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목포지역에서도 당시의 사건과 인물에 대한 조사와 발굴 작업이 진행되어 독립운동가들이 검거, 투옥 등 고초를 겪은 일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의 정리가 필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유달산에 있는 3․1운동 탑에 새겨진 47명의 ‘3․1독립운동 목포열사’마저도 국가보훈처 독립유공자 명단에서 제외되어 있고(목포MBC 2019년3월3일) 3․1운동에 앞장섰던 서상봉장로와 같은 분들처럼 이름조차 새겨지지도 않은 분들에 대한 별도의 대책수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작업들이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올해에 목포시 차원에서 ‘목포 독립운동가 발굴 조사 정리’을 실시해 공훈기록을 조사 발굴하는 목포독립운동가 선양사업을 펼쳐져서 목포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이런 최소한의 노력들이 풍요롭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목숨 바쳐 희생한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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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타임즈 2019년 5월 29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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