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동면에서 도곡을 지나 나주 남평을 거쳐 영산강과 합쳐지는 지석강이 있습니다. 이 강은 드들강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전해지는 옛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남평천에는 홍수가 자주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은 큰 비가 내릴 때마다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아이고, 이것이 뭔일이당가. 남평천을 지키는 강신이 노했당게.”
마을 사람들은 강을 지키는 강의 신이 노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강신을 달래야해요.”
“강신을 달래는 제사를 지냅시다.”
“강신을 달래려면 참한 처녀를 제물로 바쳐야 된답니다.”
마을의 어르신들이 모여 강신의 노여움을 풀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을 의논하였습니다. 마을사람들은 강신에게 참한 처녀를 바쳐야 한다는 의견에 뜻을 같이 하였습니다.
“참한 처녀를 어떻게 구하지요?”
“처녀를 돈으로 삽시다.”
“돈이 어디서 납니까?”
“집집마다 조금씩 냅시다. 논밭이 많은 사람은 좀 많이 내고 적은 사람은 적게 냅시다.”
“좋아요. 처녀를 구한다는 방을 먼저 붙여야겠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처녀를 쌀 1백석에 산다는 방을 여기저기 붙였습니다. 두어 달을 기다렸습니다.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아무래도 쌀 1백석은 상금이 작은 것 같네요.”
“그럼, 쌀 백오십 석으로 상금을 올립시다.”
마을 사람들은 상금을 백오십 석으로 올려서 방을 다시 붙였습니다.
한편 이 마을에는 얼굴이 예쁘고 마음씨가 착한 ‘드들’이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하였습니다. 농사지을 땅이 없어서 어머니, 아버지가 남의 집 품팔이를 하여 겨우 먹고 살았습니다. 드들 처녀는 늘 어머니, 아버지가 안쓰러웠습니다.
“불쌍한 우리 어머니, 아버지. 밤낮으로 일만 하시느라 손발이 나무껍질처럼 까칠해졌어.
드들처녀는 부모님을 도와 드릴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쌀 백오십 석을 준다는 방을 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백오십 석이나 상금으로 주다니!”
하고 놀래며 드들처녀는 골똘히 생각하였습니다.
‘나하나 죽어 우리 부모님과 동생이 편히 산다면 그것처럼 좋은 일도 없다.’
드들처녀는 또 생각하였습니다.
‘이 좋은 세상을 더 살아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은 억울해. 나는 아직 이팔청춘이다.’
드들처녀는 다시 또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과 동생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어.’
드들처녀는 부모님 몰래 마을의 처녀 희생을 담당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제사의 제물로 자신을 바치겠다는 서류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약속한 날이 다가왔습니다.
드들처녀는 차마 부모님 몰래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습니다.
“드들아, 니가 미쳤구나. 우릴 위해 죽는다니 말도 안 된다.”
하고 어머니가 얼굴이 파랗게 질려 소리쳤습니다.
“사랑하는 내 딸아, 절대로 안된다. 굶어죽더라로 제사 제물로 죽어서는 안된다. 절대로 안된다!”하고 아버지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화를 내며 말하였습니다.
드들의 아버지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마을 제사 담당하는 사람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아니, 이보시오. 내 딸을 제물로 쓰다니, 이런 나쁜 놈!”
드들의 아버지는 마을 제사장을 주먹으로 때릴 듯이 노려보았습니다.
“아버님의 마음을 충분히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해마다 큰 홍수가 일어나서 사람들이 죽고 농사를 망치고 있으니 어쩝니까?
강신의 노여움을 풀 길은 이 길 밖에 없다고 합니다.”
“왜 하필 내 딸이요? 내 딸은 안 됩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하고 아버지는 울먹이며 사정하였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정 그렇다면 다시 방을 붙여 찾아보겠습니다.”하고 제사장은 정중하게 말하였습니다. 제사장의 얼굴빛이 몹시 어두웠습니다.
드들처녀는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제사장을 찾아갔습니다.
“아무리 부모님이 말려도 제 뜻은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위해 죽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제사장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죽는디 좋아하겠소. 드들아가씨, 부모님 뜻을 거스르지 마시오.”
“아닙니다. 저의 마음은 확고합니다. 저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해마다 홍수로 죽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모님을 구하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 제 한 몸 바치면 영광이겠습니다.”
드들처녀는 울면서 사정하였습니다.
“저렇게 처자의 뜻이 강하니 그 뜻을 받아들여주는 쪽으로 합시다. 부모님께는 미안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눈을 감도록 합시다.”하고 제사장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날, 드들은 부모님 몰래 아침 일찍 집을 나왔습니다.
“부디 우리 부모님 잘 챙겨주십시오. 쌀 백오십 석은 꼭 우리 부모님에게 전해 주십시오. 제가 죽은 후에는 저를 위해 제사를 지내주십시오.”하고 부탁한 후 드들처녀는 강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드들의 갸륵한 효성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소식을 뒤늦게 듣고 달려 온 드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강을 향해 외쳤습니다.
“드들아, 드들아!”
드들이 강 속으로 투신한 이후 드들강은 홍수가 잘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홍수가 나면 드들강을 지나는 물이 ‘드들 드들’ 슬픈 소리를 내며 흘러갔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이 강을 드들강이라고 불렀습니다.
(참고 도서 : 광주의 설화, 광주민속박물관 발간)
□ 생각 톡톡
톡1. 드들처녀는 남의 집 품팔이를 하여 겨우 먹고 사는 부모님을 늘 안쓰러워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어떻게 하였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톡2. 드들처녀는 부모님과 동생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쌀 백오십 석을 받고 부모님과 마을을 위해 자신을 제사의 제물로 바친 드들의 행동이 옳은 일인지 여러분의 생각을 근거를 들어 토론해 봅시다.
톡3.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드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봅시다.
<호남타임즈신문 2017년 8월 31일자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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