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같은 우를 아이들이 범하지 않도록 해야지 하면서 두 손을 불끈 쥐어도 보고, 엄지발가락에 힘도 주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면 꺼질세라 쥐면 부서질까 키운 자녀들에게 그러한 다짐은 물거품이 되고, 먼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짓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조상들의 자식 교육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문구가 擊蒙要訣에 잘 나타나 있다. ‘克己工夫가 最切於日用’이라는 문장인데, 이는 자기를 이기는 공부가 일상생활에 가장 중요하다는 깊은 뜻이 들어 있다. 여기서 ‘자기’ 내 마음으로는 좋아하고 있지만 사람과의 사이좋음에서 벗어나고 세상의 이치에는 맞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함은 물론 세상의 이치에 부합하려는 마음과 행동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 최고의 공부라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에는 정성들여 가꾸는 공부와 잡초를 뽑는 공부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종류가 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되 자세히 살펴 이치에 맞지 않고 예에 어긋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것들은 철저히 뽑거나 과감하게 잘라내라는 것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높은 지위에 올라 있어도 의롭지 못하게 행동하는 것 역시 마음에 잡초가 무성하기 때문인 것이다. 요즈음 언론의 초점이 되고 있는 현상 중의 하나는 자식까지도 믿을 수 없어서 효도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한다. 재산과 봉양을 둘러싼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현상이 반복되어 또 하나의 관습으로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세태라고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가치관의 차이라고 치부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자식들에게 아무런 고생을 시키지 않고 자식이 편하게만 살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의 모습이다. 자식 앞에 펼쳐지는 모든 어려움을 자신이 모두 막아내겠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살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연한 다짐 뒤에는 허탈감과 자괴감만이 그들을 감싸고 있으며, 대를 이어 답습되고 더 악화될 것은 불길한 예감이 빗나가지는 않을 것 같다.
청소년들의 성장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탄식 속에는 물질적 풍요가 정신을 살찌울 수도 있다는 안일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물질적 풍요가 정신을 건강하게 할 수도 있지만,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성숙과 동반하지 않을 때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요즘 세태가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時中이다. 때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봄에 할 일이 있고, 겨울에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이것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자식 교육도 성장 시기에 맞는 말을 사용하고 경험하도록 하는 ‘밥상머리교육과 잔소리의 부재’가 오늘의 비극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자의 말씀 중에 ‘愛之 能勿勞乎, 忠焉 能勿誨乎’ 즉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하지 않을 수 있으며, 또한 진심으로 위한다면 일깨워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라는 말이 있다. 자녀들을 위하는 마음이 진실하다면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고, 수정하도록 하는 수고로움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지 않을까? 이러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배신이 오늘을 잉태하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다.
요즘 교육이 어쩌면 ‘書自書, 我自我, 즉 책은 책이고 나는 그대로 나’라는 교육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學生’이라는 말은 어쩌면 새로운 것을 배웠으면 몸으로 습관화시켜서 어제와는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람을 일컫는 것은 아닐 런지……. 많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운 것 중의 하나라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좋은 습관은 인생을 충실하게 만드는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햇빛이나 물, 공기처럼 그 존재가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경우나 희소성이 없는 경우에는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가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원천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
우리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역사 인식도 역사적인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현상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과 행위들을 자신의 입장에서, 즉 자신이 역사적 실제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공부가 되어야 몰가치적인 비극은 반복되거나 대물림되지 않을 것이다.
잘잘못을 지적하고 고쳐지도록 계속적으로 잔소리 하는 당당한 어른이 많아질 때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우리의 미래는 청소년에게 있지만, 청소년의 미래는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잔소리는 생각과 행동의 정체성과 당위성을 갖게 하는 동시에 억제력을 갖는다. 따라서 어른들의 잔소리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라게 하도록 하는 비타민이 되고, ‘함께 사는 법’을 생각하고 내면화하는 미래형 인재로 거듭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밝은 지역사회를 열어가는 목포타임즈/호남타임즈>
<목포타임즈신문 제188호 2016년 8월 31일자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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