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우리가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
1918년 11월 11일 오전 11시,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등의 서유럽권 국경선 부근에서 형성되었던 서부전선의 전투가 중단되었고 근대역사에서 가장 파멸적인 전투 중 하나였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영연방국가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 11월 11일을 ‘종전기념일’로, 미국에서는 ‘Veterans Day(제대군인의 날)’로 지정해 추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잘 알려진 특정과자의 날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11월 11일은 추모의 물결이 일렁이는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날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보낸다.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은 ‘Turn Toward Busan(부산을 향하여)’라는 슬로건으로 매해마다 거행되는데, 11월 11일 11시에 유엔기념공원이 있는 부산을 향해 1분간의 묵념에 국민들의 동참을 독려한다. 이 행사는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약했던 캐나다 한국군참전협회장 빈센트 커트니가 제안한 것으로 2007년부터 지금까지 부산 현지 시간에 맞춰 같은 시간에 묵념과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 부산뿐만 아니라 미국, 영연방 4개국 등 8개국에서 매년 한국시간 11월 11일 오전 11시에 일제히 부산을 바라보며 사이렌과 함께 1분간의 묵념을 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에 추모식을 진행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추모의 의미는 당연하게도 국제적인 것과 조금 다르다. 이 날의 추모는 6·25전쟁에 참여한 유엔참전용사들과 관련이 있다.
6·25전쟁은 우리 국군들에게는 조국인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전투였지만, 유엔 참전용사들에게 대한민국은 그저 타국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이름도 알지 못하는 나라였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름도 알지 못하는 나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들을 지키라는 부름에 응해 전쟁에 참여했고, 몸 바쳐 대한민국을 지켜냈다.
우리나라의 11월 11일의 추모는 낯선 타국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유엔 참전용사들을 위한 것이다.
국가보훈처에서는 오는 11월 11일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에서 해외참전용사들 및 유족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차원의 추모행사를 거행한다. 특히 올해는 6·25전쟁 당시 미2군수기지 사령관이자 퇴역후에도 대한민국 재건과 전쟁고아를 살피는데 평생을 헌신한 서거40주기의 故리처드 위트컴 장군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네덜란드와 영국군 참전용사 유해 3위에 대한 안장식을 거행함으로써 행사의 의미를 더하게 된다.
이름 모를 타국에서 자신의 몸 바쳐 희생한 유엔참전용사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는 11월 11일 11시 현재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또 다른 영웅들에게 감사하며 부산을 향해 묵념의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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